‘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인터넷 전주대신문, 업로드일: 2025년 10월 22일(수)]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한자는 장구(長久)한 시간 동안 사용된 언어입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과 자연의 면면이 반영된 글자가 많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동물에서 기원한 한자어를 살펴보겠습니다.
‘바라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딱하게 됨’을 뜻하는 ‘낭패(狼狽)’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 번째 글자인 ‘낭(狼)’은 갯과 동물을 뜻하는 ‘犭(견)’과 발음을 표시하는 ‘良(량→낭)’이 결합된 글자로 갯과의 포유류(哺乳類)인 ‘이리’를 뜻합니다. 두 번째 글자인 ‘패(狽)’ 또한 갯과 동물을 뜻하는 ‘犭(견)’과 발음을 표시하는 ‘貝(패)’가 결합된 글자로 역시 갯과의 포유류(哺乳類)인 ‘이리’를 뜻합니다. 즉 ‘낭(狼)’과 ‘패(狽)’는 두 종류의 이리를 지칭하는 단어인 것입니다.
‘낭(狼)’과 ‘패(狽)’는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은 아니라 가상의 동물입니다. ‘낭(狼)’과 ‘패(狽)’에 대해서 명나라 백과사전인 『본초강목(本草綱目)』은 “패(狽)는 앞다리가 짧지만 먹을거리가 있는 곳을 잘 알고, 낭(狼)은 뒷다리가 짧아서 패(狽)를 등에 업고서 다니기 때문에 낭패(狼狽)라고 한다[狽足前短, 能知食所在, 狼足後短, 負之而行, 故曰狼狽]”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당나라 단성식(段成式: 803년경~863년)이 쓴 『유양잡조(酉陽雜俎)』에도 ‘낭(狼)’과 ‘패(狽)’에 대한 기록이 보입니다. “낭(狼)과 패(狽)는 두 종류의 짐승인데, 패(狽)는 앞다리가 아주 짧아서 움직일 때면 늘 낭(狼)의 넓적다리 위에 탄다. 그래서 패(狽)가 낭(狼)을 잃어버리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세상에서는 일이 어그러진 것을 일컬어 ‘낭패(狼狽)’라 한다[狼狽是兩物, 狽前足絶短, 毎行常駕於狼腿上, 狽失狼則不能動, 故世言事乖者, 稱狼狽]”고 하였습니다.
두 기록을 정리하여 이해하면 이렇습니다. 낭(狼)은 뒷다리가 아주 짧고 패(狽)는 앞다리가 아주 짧은 갯과 동물입니다. 그래서 ‘낭(狼)’과 ‘패(狽)’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패(狽)’가 늘 ‘낭(狼)’의 등에 앞다리를 걸쳐야 합니다. 더군다나 ‘패(狽)’는 영리하여 사냥감의 위치를 잘 아는 까닭에 사냥할 때 ‘낭(狼)’은 ‘패(狽)’의 지시를 따라 먹잇감을 포획하게 됩니다. 둘의 관계가 이렇다 보니 ‘낭(狼)’과 ‘패(狽)’가 마음을 하나로 모아 협력하면 사냥에 성공할 수 있지만, ‘낭(狼)’과 ‘패(狽)’가 서로 화합하지 못하면 그들의 사냥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낭(狼)’과 ‘패(狽)’의 이 특별한 관계에서 ‘바라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딱하게 됨’을 뜻하는 ‘낭패(狼狽)’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글로컬 사업 좌절로 학교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우여와 곡절이 있지만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을 ‘낭(狼)’과 ‘패(狽)’의 관계로 비유하자면, 큰 먹잇감을 잡으려고 제안한 ‘패(狽)’의 지략(智略)을 ‘낭(狼)’이 자신의 앞다리만 믿고 무시한 채 혼자서 저 멀리 뛰쳐나간 상황입니다. 이 상황이 말 그대로 ‘낭패(狼狽)’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낭(狼)’은 ‘패(狽)’에게 사과하고 땅바닥에 떨어진 ‘패(狽)’에게 먼저 등을 내밀어야 합니다.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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