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당과 민주주의
[인터넷 전주대신문, 업로드일: 2025년 12월 17일(수)]
붕당과 민주주의
어느 사회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무리를 이루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들과는 심한 갈등(葛藤)을 빚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붕당(朋黨)’이라는 어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글자 ‘朋(붕)’은 갑골문의 자형 [ ]에서 보듯 조개를 두 줄에 꿰어 늘어뜨린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래 ‘돈 꾸러미’를 뜻하는 글자였는데 본래의 뜻이 약해지고 ‘나란한 모습’의 ‘친구, 벗’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유학에서는 한 인간이 보다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기여를 하는 존재로 벗을 상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반드시 요구된다고 생각했던 다섯 가지 윤리인 五倫(오륜)에서도 그 마지막 자리에 ‘朋友有信(붕우유신; 벗 사이에는 믿음이 있다)’을 두었고, 『論語(논어)』 「顏淵(안연)」편에서는 “以文會友(이문회우) 以友輔仁(이우보인)[(군자는) 학문을 통해 벗을 모으고, 그 벗을 통해 자신의 仁(인)을 보완한다]”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벗의 중요성을 십분 강조하는 말입니다.
두 번째 글자 ‘黨(당)’은 집을 뜻하면서 발음을 표시하는 ‘尙(상)’과 아궁이를 뜻하는 ‘黑(검을 흑)’가 결합된 글자로 소전 [ ]을 살펴보면 집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 ‘어둡다, 선명하지 않다’는 뜻을 가진 말이었는데, 주나라 때 500가구를 一黨(일당)으로 묶는 제도와 관련하여 ‘무리’라는 뜻으로 사용되게 되었습니다.
朋黨(붕당)은 본래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역사적으로는 정치적 黨派(당파)의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우리에게는 조선시대의 四色(사색) 黨爭(당쟁)과 연관되어 다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민주적 의사결정의 과정을 놓고 보면 ‘朋黨(붕당)’이란 말을 그리 敬遠視(경원시)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민주적 의사결정이란 서로 다르다는 본질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작 중요한 것은 ‘朋黨(붕당)’ 자체가 아니라 그 붕당이 무엇을 주장하는가, 즉 그 붕당의 지향과 정체성일 것입니다.
北宋(북송)의 歐陽修(구양수;1002~1072)는 그의 <朋黨論(붕당론)>에서 “붕당에 관한 설은 예로부터 있었으니 오직 바라는 것은 임금이 그 붕당이 군자인지 소인인지 분별하는 것일 뿐입니다. 대개 군자는 군자와 더불어 道(도)를 함께 하여 붕당을 이루고, 소인은 소인과 더불어 이익을 함께 하여 붕당을 이룹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글은 자신을 붕당주의자로 몰아붙여 비난하는 사람들을 반박하기 위해 지어진 것인데, 핵심은 붕당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군장의 붕당인지 소인의 붕당인지를 잘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왕정 시대에는 그 분별의 주체가 임금이었지만, 민주 시대에는 그 분별의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붕당들의 메시지를 붕당 간의 싸움으로 置簿(치부)하면서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누가 옳은 소리를 하는지, 누가 우리를 속이는 지 귀를 세우고 판단해야 합니다. 是非(시비; 옳고 그름)를 따지지 않고 둘 다 싸잡아 비판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적 의사결정을 糊塗(호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범대학 한문교육과 김형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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