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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뱀파이어의 탈을 쓴 억압자, <씨너스>

  • 등록일 : 2025-06-16
  • 조회수 : 22
  • 작성자 : 대학신문사

[인터넷 전주대신문, 업로드일: 2025년 6월 18일(수)] 


뱀파이어의 탈을 쓴 억압자, <씨너스>



영화 <블랙팬서>로 흑인 히어로의 서막을 연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신작 <씨너스>가해외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4월 20일 북미 개봉 후 한 달만에 북미에서만약 2억4천만 달러, 전세계에서 총 3억1천만 달러의 수익을 돌파하며 흥행과 화제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1932년, 시카고 갱단의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미시시피로 돌아온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은 큰돈을 벌기 위해 술, 노래, 춤이 어우러지는 공간인 주크조인트를 운영하기로 한다. 화려한 오프닝 파티가 열리는 밤,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새미’(마일스 케이턴)의 노래로 파티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 일행이 찾아오는데...


한눈에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줄거리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1863년흑인 노예는 해방됐지만, 인종차별은 공공연하게 존재했다. 특히 작품의 배경이 되는 미국 남부는 차별이 더욱 극심했다. 그런 고향으로 돌아온 쌍둥이 형제는 음악 클럽을 연다. 흑인의 애환이 담긴 음악, 블루스 클럽이다. 블루스는 미국 남부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창시한 음악이자 거의 모든 대중음악의 뿌리다. 영화는 노예 생활과 목화밭 노동 등억압받던 흑인의 저항에서 탄생한 블루스를 배경으로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새미의 블루스 공연이 시작되자 그 안에서 모든 경계는 허물어지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랩과 디제잉, 중국의 경극, 원주민의 춤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진다. 억압받던 다양한 인종의 음악이 하나가 되는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다.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블루스로 하나가 되어 즐거워하던 그들 앞에 두려운 존재가 나타난다. 이는 바로 뱀파이어다. ‘액션 영화인 줄 알았는데 음악 영화로 변하더니, 갑자기 뱀파이어?’라는 생각이 관객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러나 뱀파이어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상징이다. 이 백인 뱀파이어는 음악 클럽 앞에서 아일랜드 민요와 포크송을 부르며 흑인들의 역사를 담은 블루스를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백인들의 ‘문화적 전유’를 떠올리게 된다.


<씨너스>는 고딕 호러의 외피를 입었지만, 그 이면에는 차별받는 노동자 공동체의 연대를 바탕으로 문화적 메타포를 선보인다. 아름다운 장면과 소울 넘치는 음악은 다소 황당무계한 전개도 납득할 수 있게 만든다.음악과 영화는 역사와 문화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통로다. 뱀파이어 호러물의 탈을쓴 영화를 통해 관객은 흑인의 애환과 그들의 연대, 미래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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