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개인과 사회에 도덕적 질문을 던지다 : 콘티넨탈 '25
- 등록일 : 2025-05-19
- 조회수 : 38
- 작성자 : 대학신문사
[인터넷 전주대신문, 업로드일: 2025년 5월 21일(수)]
개인과 사회에 도덕적 질문을 던지다 : 콘티넨탈 '25
영화《콘티넨탈 '25》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중심 도시 클루지에서 법정 집행관으로 일하는 오르솔랴의 이야기다. 건물 지하에서 노숙자를 강제로 퇴거시키는 일을 하는 오르솔랴는 퇴거 과정에서 노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깊은 죄책감에 빠지며,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친구, 엄마, 옛 제자, 신부님과 대화를 나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주인공이 겪는 도덕적 혼란과 모순에 관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에 대한 해답을 내기 보다는 관객 스스로 질문을 품고 돌아가게끔 한다.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에서 루마니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주거 불안과 노숙 문제다. 영화의 중심 사건인 노숙자 강제 퇴거를 통해 도시 내 주거 취약계층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는 집을 잃고 사회적 안전망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발생하는 주거 위기, 사회적 배제와 무관심이 다뤄진다. 두 번째는 사회 구조적 소외다. 영화 속 노숙자는 사고로 직업을 잃은 전직 운동선수로, 불운한 사고 이후 사회적 추락을 경험했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자본주의와 인간 존엄성의 충돌이
다. 영화에서는 법과 자본주의 논리가 인간의 ‘살 권리’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노숙인이 퇴거 명령을 받은 이유는 새로운 건물을 올리기 위함이었다. 인간의 생존권보다 경제적 이익이 앞서는 사회는 개인의 비극적 선택을 유발하며, 또 다른 개인의 죄책감과 도덕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네 번째는 사회적 무관심과 정치적 분열이다. 주변에 노숙자나 사회적 약자를 마주할 때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사회복지 단체에 꾸준한 기부를 하는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와 사회적 무관심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또한, 오르솔랴와 주변인들의 사건에 대한 대화가 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사회적 연대는 약해지고, 정치적 담론은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그려낸다.
한편, 이 영화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라두 주데(Radu Jude)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출신으로 2003년 부쿠레슈티 미디어 대학교 영화연출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코스타 가브라스와 크리스티 푸이유 감독의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작업을 시작했으며, 단편 영화 《람파 쿠 커출라》(2006)로 국제 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9년 장편 데뷔작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로 베를린영화제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최근 《콘티넨탈 '25》로 제 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각본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비평적 찬사를 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모든 장면을 스마트폰(아이폰15)으로 촬영해 대규모 상업 영화의 문법에서 벗어난 대안적 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실험성과 주제의식은 이 영화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오유진 기자(yujin03120@jj.ac.kr)
제목: 콘티넨탈 '25 (Kontinental '25)
연출/각본: 라두 주데
장르: 코미디-드라마
러닝타임: 109분
개봉일: 2025년 2월 19일,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메인 경쟁 부문
수상: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각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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