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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인문학, 고전에서 오늘을 배우다

  • 등록일 : 2025-04-22
  • 조회수 : 24
  • 작성자 : 대학신문사

[인터넷 전주대신문, 업로드일: 2025년 4월 23일(수)]


공존의 인문학, 고전에서 오늘을 배우다

(한국고전학연구소 변주승 소장 인터뷰)

▲한지산업관에서 진행된 변주승 교수와의 인터뷰 (사진: 전지은 기자)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는 고전을 통해 새로운 인문학의 길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소의 철학과 활동을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기 위해 한국고전학연구소 소장인 변주승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고전학연구소와 이를 이끌고 계신 교수님의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전주대학교 인문콘텐츠대학 역사콘텐츠학과 교수이자 한국고전학연구소 소장인 변주승입니다.

제가 늘 고민한 건 한 가지였습니다. ‘우리 전주대학교 역사과가 전국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지역사 연구를 잘해야 한다. 전라북도의 역사와 문화를 누구보다도 깊이 있게 연구하자. 둘째, 다른 학교나 연구기관이 하지 않는 분야를 특화하자. 그래서 집중하게 된 것이 바로 고전 번역입니다.

아무리 좋은 고전이라도 읽히지 않으면 그 가치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을 번역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글화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해석해 학문적 자산으로 재창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번역에 머무르지 않고, 고전을 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되살리는 일, 그것이 바로 제가 맡고 있는 연구의 핵심입니다.


Q2. 한국고전학연구소는 2011년 설립 이후 지난 15년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변함없이 연구소가 중요하게 여겨온 핵심 이념이나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리는 언제나 명확했습니다. ‘고전의 힘을 통해 세상에 새로운 길을 열자’라는 것이 우리 연구소가 꾸준히 붙들고 있는 중심 철학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의 언어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풀어냅니다.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고전이 전하는 오래된 지혜를 오늘의 사회 문제에 적용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저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는 후속 세대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우리 연구소에는 20대, 30대 젊은 연구자들이 많습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해요)’라는 말이 유행하고, 인문학이 점점 외면받는 현실 속에서 이들이 학문을 지속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는 것이 연구소가 가진 또 하나의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연구소 이름에 ‘한국’이 들어가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전주에 있고, 전북에 있는 지방 사립대의 연구소지만, 이름은 ‘한국고전학연구소’입니다. 단지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인문학의 중심이 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이름에 걸맞게 전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인문학 연구의 중심이 되고 싶습니다.


Q3. 학술지 『공존의 인간학』 제13집 발간, 올해 초 진행된 국내학술대회 개최, 교양총서 제7권 『전북의 역사와 공존의 인문학-저항, 통제, 공동체』 발간 등 많은 성과가 있습니다.‘공존’이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주제를 선택하신 배경과 그 의미를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공존’이 절실합니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자꾸 이기고 이기려 하잖아요. 내 진영, 내 지역, 내 편. 이런 구도 속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게 어려워집니다. 반면에 고전은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다름에도 함께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지금의 연구 주제를 ‘공존’으로 삼았습니다. 지역과 지역, 세대와 세대, 종교와 종교, 계층과 계층이 다르더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인문학에서 찾자는 것입니다. 이건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우리가 펴내는 수많은 책과 연구 속에 녹아 있는 철학입니다. 특히 ‘공존의 인간학 시리즈’는 학생들도 이해하기 쉽게 집필되었으니, 많은 분들이 인문학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Q4.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고전이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연구를 지속하는 이유와 그 중요성은 무엇일까요? 현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그게 꼭 성경이든, 불경이든, 공자님의 말씀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사람다운 삶’에 대한 고민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인문학이 사라진다면, 사람을 위한 길도 함께 사라지는 거죠. 인문학은 본질적으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한 사람의 도리, 공동체 안에서 삶의 방식, 사람답게 사는 법을 고민하는 게 인문학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인문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고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전은 오래된 텍스트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된 삶의 지혜입니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기술혁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이럴수록 사람에 대한 고민은 더 절실해집니다. 저는 이 시기가 세계 문명사적으로 큰 전환기이자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고전이 지닌 본래의 가치를 다시 꺼내어 보고, 인문학이 사람 중심 사회의 기반이 돼야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선생님들, 또 우리 학생들이 함께 그런 길을 걸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우리 길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을 통해 우리 삶을 더 깊이 돌아보고, 이 시대를 이겨내는 지혜를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Q5. 연구소가 장기적으로 목표하는 비전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앞으로 연구소가 추구하는 발전 방향과 중점적으로 추진할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이제 우리 세대는 정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인문학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대에, 한국고전학연구소는 대한민국 인문학의 버팀목이자 하나의 축이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전주대학교,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이 연구소가 단지 ‘지방의 연구소’로 머무르지 않고, 전국을 넘어 동아시아와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심 연구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나 전주대 가서 인문학 할래’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의 등대 같은 존재, 밤하늘의 별빛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고전 번역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전라도 지역의 인문적 문제에 더 깊이 천착하고, 그것을 통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인문학 연구의 장으로 확장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융합입니다. 이제는 고전 인문학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의 접목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21세기 중반을 향해 가는 이 시점에서, 인문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연구소, 그 역할을 우리가 하고 싶습니다.


전지은 기자(uptoillie20@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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